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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개발자가 많은 지금 내가 고민하는 커리어가 별 공감은 못 얻을 것 같다. 그러나 써 본다.


이제 내일모레 40이다.

대기업 나오던 시점에 학교로 다시 돌아갔으면 40에 석/박사를 땄을 텐데, 믓튼 그 길이 아닌 길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걸어온 길 위에 학교가 더 뛰어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와 같이 뛰어난 기술을 보유했던 친구/동기들은 석사를 따고 많은 사람들이 박사 과정 위에 있다.


석사 따고 삼성 들어오신 분께 들은 몇몇 이야기로 내 생각이 크게 변화하는 계기가 있었는데, 사실 내 생각과는 별개지만 무척이나 객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몇 이야기로 생각을 풀어본다.


1. 선배가 말했었다. 회사에서 석사를 따는 것은 야매(가짜) 석사라는 것. 그래서 서울대는 학사라도 충분하다는 것. -> 실제로 삼성의 넘버원인 미래전략실장님도 서울대 학사만 하셨다. 배움의 즐거움을 따르는 사람에게는 정말 수준 낮은말이지만 내가 현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게 했던 말이었고, 8년 전에 들은 이야기인데 지금도 중간에 석사 따신 분들이 기업에서 일하는 것보다 백그라운드는 학력과 연봉에 크게 연연하는 모습을 본다. 그러나 그들의 연봉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을 보며 깊이 느낀다. 회사에서 연봉의 변화가 있을 때는 실제 성과를 내었을 때뿐이다. 다만, 가방 끈 긴 사람은 능력 있을 “확률”은 높고 연봉 협상에 유리해서 가방끈을 길게 하는 것은 추천한다. 다른 사람 생각과 달리 삼성은 정말 다양한 학교가 모여 있는데,  그것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정말 큰 경쟁력이 되는 것 같다. 물론, 아이비리그 출신 회사원도 많지만 같이 일하면 다른 회사와 달리 연봉 외엔 차별점이 없다.(물론, 파벌은 학교 순이지만 연봉은 학교 순이 아니다.) 몇몇 회사는 서울대, 카이스트만 선호한다는 것을 학생도 다 알고 있다. 심심찮게 나오는 교수진의 성추행이나 비리, 세계 순위에서 멀리 밀려있는 국내 학교 순위를 볼 때, 학력은 특히나 프로그래밍 분야에서는 괜찮은 개발자가 나올 만한 확률이 조금 높을 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물론, 그 확률이 난 중요하다 생각한다.


2. 학교,... 그 외의 길로 멘사 공부를 해서 멘사를 따거나 다른 자격증, 특허, 특이한 경력을 쌓는 경우가 많더라. 이건 나의 경우에 일부 해당하는 것 같은데 사실 나는 재미로 했지만 최근 학생을 가르치면서 많이 느낀다. 동일 선상의 경쟁 구도에 있었는데 경쟁에 패배한 것에 대한 보상 심리라고 하는 것이 옳겠다. 아예 그것이 재미있어서 경쟁 자체를 하지 않고 자기 길을 파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지만, 나도 나 같은 케이스는 한 명밖에 보지 못했고 그 친구는 데브피아 시삽 하다가 혼자만의 영역을 구축했는데 지금은 나와 같이 시대에 뒤쳐진 것 같다. 가진 것을 나누지 않았다면 아마 달랐겠지만, 리처드 스톨만의 FSF가 제창한 GPL이 만든 "OPEN" 문화의 큰 물결로 늦게 시작한 사람이 차라리 "정수"를 빨리 배우는 효과를 가졌다. 그리고 코딩보다는 그런 주워들은 말을 많이 아는 고학력자가 이미 자리를 꿰차서 국내에서 괜찮은 서비스로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을 잃었다. 국내 사람들은 비판하면서 정작 자기 세계는 없고, 그들의 말을 번역/인용하기 바쁜 사람들이 만든 유리 천창 안에서 무슨 경쟁력에 대한 패기가 있을까? 그나마 삼성이 괜찮은데 그런 사람들의 특징이 삼성 까기(그러다가 다시 빨아주고 삼성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보니...) 맞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다는 것을 이제 인정해야 할 것 같다.


3. 이런 일 저런 일 다 떠나서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최근 느낀 것이 LOW LEVEL이 아닌 상위단으로 갈수록, 그쪽에서 일하는 프로그래머를 만날수록 더욱 오픈해서 이야기하는 문화가 짙어서 좋았다. 내가 나이를 많이 먹어서 그럴 수도 있을 테고, 그들이 이제 오픈을 해도 딱히 자기 연봉에 별 상관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최상위 단부터 시작해서, 임베디드 단까지 디버깅이 되고 프레임워크도 만들 수 있을 때는 딱히 무리 지어서 일하는 것보다 혼자 일하는 것이 더 맞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인해서 일하는 것보다 혼자 설계하고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 더 편리하는 것도 알게 되었고. 거기에 걸맞을 사람을 뽑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인 것도 알게 되었다.


4. 큰 곳은 큰 곳에서 해 볼 수 있는 일이 있고, 작은 곳에서는 거기에 걸맞은 일이 있다. 연봉은 급성장하는 작은 곳에서 오픈소스를 쓸 때 많이 받는다는 생각이다. 또한 오픈된 모듈이 잘 만들어진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양하게 구사하는 것이 개발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시스템, 아키텍처, 모듈을 끊고 붙일 수 있는 개념을 알고 그것을 잊는 프로토콜을 사용하거나 설계할 줄 알고 만들 줄 알며 더 나은 방향이 있을 때 바꿀 수 있는 유연성 있는 설계를 할 수 있다면 참 좋다. 그러나 최근 자체 구축하던 서버를 아마존으로 다 바꾸는 짓을 했는데 비용은 늘어도 몇몇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알고 있는 어중이 개발자가 회사로 오게 만드는 판을 깔려고 했다. 테스트 개발이 끝나면 EC2로 모든 서비스를 있고 RDS에 데이터 저장하고, DynamoDB에 가공할만한 데이터 저장하고 node로 데이터 부르게 백앤드 짜고, React로 프런트 짜고, Android/iOS 네이티브 앱으로 반응성 최고의 앱을 만드는 것(이미 80% 이상은 그렇게 했고). 물론, 그 연결 구조는 복잡해서 조언하는 프로그래머들이 웬만하면 회사로 오지 않을 테고 왔을 때 성과 못 내게 개 삽질하고 내 후임들이 프레젠테이션도 더 잘하고 더 힘을 쓸 수 있도록 판을 짜 두었다. 내가 가르쳤던 학생들이라 ㅡㅡ; 나야 어디 가든 상관없다. 다만 3개월의 조사를 해 보니, IT도 의료 쪽 보다는 금융 쪽이 확실히 돈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5. 평생 돈을 좇아본 적이 없었다. 지금은 180도 바뀌었지만, 삼성전자 재직 7년 동안 월급 명세서 단 한 번도 보지 않았었다. 버는 만큼 썼고, 기부도 많이 했다. 가난할 때도 다른 사람이 그 길이 맞다고 할 때도 내가 생각한 길을 갔었다. 학점 낮아도 프로그래밍으로 전액 장학금 받고 그 외에 다른 일도 많이 했었다. 내가 느낀 결론은 "재미"를 쫓으면 모든 것이 따라온다는 것이다. 다만 공부할 기회를 2번 놓치고(고려대/아주대) 결국 선택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금만 더 부유했더라면 조금만 더 나를 희생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고민이 있고 내가 아는 형이나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나는 이상할 정도로 희한한 선택들을 한 것 같다. 그래서 얻게 된 것은 지금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잃더라도 선택할 "용기"를 얻게 되었다. 그것이 "객기"던 "미친놈"이던... 과거에는 40을 목전에 둔 사람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6. 난 패러렐 하게 모든 것을 배치하지만 실제로는 정말 싫어한다. 가령 친구가 업무 보러 가던 길에 근처에 들러 커피 마시고 가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순수하게 나를 보러 와줬으면 한다. 내 스케줄을 그런 사람 안 만나는데 쓰면 손수 회사 근처로 와서 고기와 커피 사주고 가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물론, 받은 그대로 혹은 이상으로 돌려주는 것이 내 어머니께 배운 철칙이다. 또한, 사람을 고르지 말라고 하셨지만 이제 골라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블러핑 해서 뭘 하자고 하고 하루 4시간 이상 개발에 시간을 쏟을 때 정작 자신들은 10분도 쓰지 않고 간간히 전화 통화로 안부를 묻는 척하는 관계를 모두 끊었다. 블로그도 폐쇄했다. 솔직하고 진솔한 정보를 굳이 나눌 필요가 있을까? 책 쓰고, 내가 배우기도 바빠 죽겠는데.


7. 인터넷에 보면 실무를 조금 해보고 이론을 세워 쓰는 글이 참 많다. 예전에는 책과 함께 그런 글도 비판했었지만 지금은 딱히 비판하고 싶지 않다. 너무도 많은 Noise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무시 혹은 필터링, 발췌, 속독 기술을 순수하게 쓰거나 응용하면 모든 데이터는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그 외의 생각도 많지만, 각자의 경험은 다르고 또 "다름"은 매우 소중한 것. 커리어에 대한 고민에 마침표를 찍으면,


8. 이제는 재미와 더불어 "돈"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돈을 좇으면 사람이 신비롭게 된다. 드러낼 수 있는 개인정보나 철학과 같은 생각을 말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하는 분야를 바꾸었다. 7~8월 에트리 강의가 끝나면 내 연봉이 40% 업되는 곳으로 이직을 하게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진작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다들 바보라고 하는데 말이다.


한편으로는 어린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매우 부끄러워할 것 같다. 그나마 그 속에서 또 다른 "재미"를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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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썼었던...


내 인생에서 역대 최고의 연봉을 받고 가기로 했었던 회사는 대표가 구속되면서 끝났었다.


http://www.polarisfunding.co.kr/


되게 신기한 것은 면접 보고, 대표와 회식하고 와서 주변 사람들에게 사짜 냄새 난다고 했었다.

사짜 냄새가 너무 나지만 금융권 가보겠다고... 했는데 헐... 세상 참.


믓튼 그렇게 난 의료업에 계속 남게 되었다. 삼성전자에서 모바일 7년, 의료업 4년...


기술 스택은 모바일 분야만 10년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같이 시작했던 이들 중에 10%만 개발자로 남는 것 같다.


왜 그런지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결국 다시 재미라는 마약을 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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