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더라 통신
카더라 통신의 장점은 그것이 진실임에도 카더라로 취급된다는 데에 있다. 술자리에서 친해진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인데 굳이 검증할 필요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불뚝 튀어나온 배와 함께 얻은 소중한 경험에서 오는 정보인데 왜 굳이 정보를 나누려고 할까? 그것은 너무도 정보가 없는 대학생들이 지천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좋은 선택을 하길 바란다면 정말 허심탄회하게 모든 이야기를 해 줄 필요가 있다.
그런데 왜 안 해줄까? 하나의 일화를 소개하겠다. 친한 친구가 십수 년 전 일당 30만 원 하는 타일 기술을 배우기 위해 3년을 보조원으로 살았다. 그러나 결론만 말하면 못 배웠다. 바로 옆에서 수많은 에피소드 들을 직접 들을 수 있었지만 결론은 간단했다. 제대로 가르쳐 주는 순간 경쟁자가 된다. 또 다른 에피소드들을 말해주면 인턴인데 스킬에 집중해서 가르쳐 주다 보면 기본기를 잃어버려 크래커 킬 트리에서 말하는 소위 '스크립트 키들'이 되어 버린다. 열심히 배워야 할 신입 사원의 자세가 사라지는 것은 설상가상이다.
샌프란에 거주하는 프로그래머에게 물었다. 왜 70이 되도록 일하는지.
- 보험료가 너무 비싸서 아들이 12만 불을 받고 페이스북에 막 들어갔는데도 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들 역시 세금이 40%이 넘어서 자기 집이 없는 이상 생활수준은 필자가 말한 것만 못하다고 한다.
왜 구글 직원이 트럭에 살면서 블로그 포스팅을 하는 뉴스 기사가 가십거리가 되었는지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었다.
애플에 근무하는 직원에게 물었다. 왜 60이 되도록 일하는지.
- 똑같이 보험료 이야기를 했다. 애플 제품이 임직원가에 싸게 팔기도 해서 아이폰도 수량 제한은 있었지만 싸게 구입했다고 한다. 업무강도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한다. 또, 휴가가 45일 정도 되는데 유럽 여행 다니기도 좋다고 말했다.
같이 낸 세계 특허가 있어서 지속적으로 keep in touch 하고 있는데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애플 회사 분위기상 본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서 공개하지 못한다.
버라이즌에 근무하는 다른 나라 출신 직원에게 물었다. 메트로 PCS 같이 중소 통신사 있다가 더 큰 곳으로 갔으니 좋겠다고.
- 돈 때문이 아니라 이직은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더 좋은 곳으로 옮겼다고 생각하겠지만 미국에서는 한 곳에서 오래 일하는 것이 페이가 더 좋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나 유리천장이 있고,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한다고 했다. 객관적인 실적인 내가 다 내었는데 상사는 자기랑 학교가 같고 지역이 같은 이유로 나보다 경력이 안되고 실력이 안되는데 위에 앉혀 버렸다고 했다. 그 뒤 정치적으로 괴롭혀서 이직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더 좋은 곳으로 간 것 같지만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재로는 아니었다.
십수 년 전 구글 개발자로 갔던 지인이 있다. 구글 근무해서 좋은 점은 저명한 사람들에게 메신저로 질문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못 쓰는 것은 부끄러워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메시지의 광고나 상황들을 종종 접한다. 이렇게 영국, 미국의 속국처럼 살다 보니까 해당 국가에 지인이 있고 그 말들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무슨 대단한 것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살 때가 많다. 필자가 아끼는 사람이 알코올 중독으로 십수 년간 같이 힘들어 하지만 사람 관계에 술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통 회사 시스템은 사람 관계에 비용이 많이 나가기 때문에 시스템화하려고 한다. 그러나 진짜 정보를 얻으려면 face to face 가 답이다.
진솔한 이야기들을 정리해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을 짚어 보면.
미국에서 억대 연봉자는 한국에서 6000만 원 받으며 지방에 거주할 수 있는 개발자보다 생활수준이 낫지는 않다. 물론, 골프나 요트를 좋아하면 상황은 바뀌겠지만 치안, 의료 옵션을 추가하면 한국 쪽으로 저울이 기울어질 것이다. 또 미국에서 이직이 잦은 것은 고액 연봉을 보장해 주지도 않고, 뛰어난 엔지니어라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그 외 국가 기반 정책을 연구하는 단체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말해주었던 진실. 미국에서 박사로 거주하기 위해서 따는 박사와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명확한 상태에서 취득하는 박사는 학위 난이도와 공부할 때 드는 비용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 미국에서는 MBA 따도 일자리가 없어서 연봉과 만족도가 낮은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등 실재 사는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한국 사정을 전혀 모른다는 것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며 목적지가 선진국임을 설파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걸러 들어야 내 길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거라 생각한다. 참고로 이렇게 말하는 필자도 미울지도 모르겠지만 필자의 영어 실력은 형편없고, 프로젝트 때문에 서바이벌로 영어를 배웠다. 이에 반해, 최신 멘토링 하는 멘티들은 모두 토익 900에 육박하고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한 사람도 꽤 많다. 그러나 영어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인지 시간이 지나면 어렵게 공부했던 것을 모두 까먹어 버린다. 필자의 책은 안 사도 좋으니 무조건 원서는 사서 보라고 하고 싶다. JAVA만 봐도 제임스 고슬링 책에는 UTF-16 관련 이야기가 초반부에 나와서 한글로 예제 소스를 다 짜도 문제가 없을 터인데 모두 영어로 예제를 짜고 있다. 코드로 멘토링 할 때 한글로 코딩을 하면서 가르쳐 주면 훨씬 효과가 좋다는 것을 경험했고, 또 지금도 하고 있다.
위의 소중한 경험들을 주변에 많이 설파하고 있지만, 잘 퍼지지 않는 것 같아서 가끔 개발 능력보다 마케팅 능력이 더 중요한지 의문이 든다. 사실 의문이라기보다는 확신인 것이 최근 이세돌로 돌풍이 불었던 분야만 봐도 마케팅의 힘을 실감한다. IBM이 체스나 퀴즈대회로 쇼를 할 때는 먹히지 않았던 분야다. 이런 마케팅의 홍수 속에서 진짜를 가르쳐 주려면 어느 정도는 그들의 룰에 따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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