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 일은 글을 올리지 않았으나, 코로나 확진자 500명이 넘어 주말에도 집에 있느라 글을 쓰게 되었다. 하루 한 편 쓰는 것보다 하루 한 번 퇴고가 중요하겠으나 버저닝이라는 보험에 든 이상 나중에 여러 번 퇴고할 생각이다.

 

오늘은 내가 만난 디자이너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나'라는 것을 강조하는 이유는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내 입장에서만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는 뜻이다. 코를 만져서 코끼리를 뱀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시각도 있다는 일종의 다른 형태의 보험이다.

 

아~주 날 것으로, 직관적으로 실력이 보이는 세계에서 디자이너는 프리랜서가 될 수밖에 없는 듯하다. 개발 프리랜서야 모르는 기술도 구라 쳐서 할 줄 안다고 들어가고. 회사 돈 받으며 공부하고, 공부해 보니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치 어려운 기술인양 속여서 5~10년은 계속 자기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하지만 디자이너는 그것이 되지 않는다. 수많은 고뇌에서 나오는 산출물은 그 고뇌를 모르는 누구나가 평가할 수 있게 패키징 되어 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우둔하거나 또 한 편으로는 그것이 별 중요하지 않은 고객의 입장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에서 디자이너 정직원들은 같이 조금 일하다 보면 1년 뒤 다른 부서로 가거나 해외 지사로 가거나 유학을 갔다는 경우가 많았다. 나도 선행 개발로 늘 조직도 바뀌고 job도 바뀌었지만 디자인 세계는 나 보다 더 다이나믹하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프리 디자이너는 여성이 대부분이었다. 정말 여성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디자이너만의 포트폴리오가 올라가는 사이트가 있으며 해당 포트폴리오로 기업에 들어가게 된다. 디자인은 특이하게도 이력서나 기업 경력보다는 해당 사이트에 올려진 포트폴리오가 더 중요하다. 사실, 내 생각은 이런 방식이 '특이'가 아닌 '정상'이라고 보인다. 디자이너마다 추구하는 색감, 뉘앙스, 방향, 스타일, 결 등등 표현하기 힘든 디자이너가 곧 제품의 디자인이 된다. 개발자의 머리로는 해당 디자인이 산출물을 내어 놓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미 결과물의 '느낌'이 어떨지 포트폴리오로 예상이 된다는 뜻이다. 여성이나 디자이너들이야 립스틱 생상을 다 구분해 내지만 그걸 구체적으로 모르는 입장에서는 전체적 '느낌'에 대한 clustering이 되어 버린다. 해당 느낌에 대한 label은 모르지만. 스타일 구분은 된다. 마치 웹툰을 보며 그림체가 어떤 '느낌'인지는 아는 정도로.

 

디자이너와 이야기하다 보면 대부분의 단어가 '느낌'으로 시작하거나 중간에 나오거나 끝난다. 저 디자인은 

~한 느낌인 것 같아요

 라는 식이다. 아주 오래전, CRT 모니터와 LCD 모니터가 공존할 때 내가 아는 디자이너는 CRT 모니터를 썼다. 색감이 다르다는 이유였다. 색감 문제는 개발자로서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계속 보고 있으면 그제사 다르다는 것이 느껴진다. 색감 문제 때문에 에이조 모니터와 같이 프로급 모니터를 쓰거나 아이맥 프로를 쓰는 것 같다. 그 느낌을 따라가고 싶으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런 모니터를 따라 사면 디자이너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도 아이맥 프로를 쓴 지 3년 정도 되니 약간 다른 느낌은 알 정도다.

 

프리 디지이너는 개발자에 비해 무지한 박봉이다. 그래서 디자이너가 2 잡을 하거나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디자인을 이래저래 하는 것도 오케이다. 물론, 드로잉이 된다는 전제하에. 꼭 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드로잉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툴을 사용해서 로고 디자인을 하는 것처럼 정말 뭔가를 창조하는 것을 말한다. 색깔만 골라주고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을 느낌을 다른 디자인을 가리키며 말하고 만들라고 지시하는 디자이너와 구분하려는 의도이다.

 

노래 못 부르는 가수가 퍼포먼스로만 승부해서 가수로 남기도 한다. 아니면 랩이라는 장르를 노래라고 하거나. 나는 2pac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그 영향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노래는 아니다. 디자이너도 드로잉이 안되는데 디자이너라고 하는 사람이 참 많은데. 본인 생각에 정신승리해도 되겠으나 내가 생각하는 디자이너는 사실 피카소나 빈센트 반 고흐를 기대하는 부분도 있고 그런 "예술" 영역에 두고 동경하고 싶어 나도 나름 기준이 있다. 포토샵 잘한다고 화가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복잡 미묘한 것들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드로잉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제너썬아이브가 들으면 날 ㅂㅅ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내 생각은 그렇다.

 

박봉, 손쉽게 보여주고 표면은 이해시킬 포트폴리오, 일한 산출물의 집약성으로 IT 분야의 디자이너는 진정한 프리랜서다. 내가 만났었던 개발 프리랜서의 반 이상은 2잡할 능력도 안되면서 늘 프리랜서라는 것을 강조하던데 디자인 프리랜서의 100%가 투잡 할 능력이 되는 프리랜서였다. 정말 그렇게 했었고 말이다. 

 

디자이너 프리랜서와 일하면서 주의해야 할 특징은 딱 1가지 인 것 같다. 좀 독특하다는 것. 그래서 인간적으로 알지 말고 프로처럼 대한다면 완벽한 직장 동료가 될 것이라 장담한다. 개발자 입장에서 디자이너와는 거리 유지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 지난 십년 간 내가 깨달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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